500 yards
무료함에 채널을 돌리다 보면 영화채널에서 멈칫할때가 있다.
몇번을 본것임에도 볼때마다 재밌고 집중해서 보게 되는 영화들이 몇개가 있다.
매트릭스, 글래디에이터, 이런것들은 볼때마다 항상 재밌게 보곤한다.
그중에서 최고로 리모콘을 멈추게 되는 영화는 '쇼생크탈출' 이다.
앤디듀플래인이라는 주인공이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받고 감옥에 가서
혹독한 환경을 어찌어찌 이겨내고 살아가다 결국은 탈옥을 해서 행복하게 살았다.
하는 권성징악 프레임의 해피엔딩 영화인데 볼때 마다 재미지다.
앤디 듀플레인이 탈옥에 성공하고 비를 맞으며 기뻐하는 이장면은
지금 40~50 세대들은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으로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94년도 개봉)
그런데 난 이장면보다 항상볼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장면이 있다.
바로 이장면이다.
레드가 앤디의 탈옥상황을 나레이션으로 알려주는 상황에서 나오는 장면인데
500야드의 오물배관을 (사진처럼 온몸이 꽉낀상태로 좁은) 기어서 탈출했다고 레드가 말하고 있다.
500야드가 얼마인지 머리속에 금방 떠오르지 않아도(457m)
정화조실이나 배수관로정비를 해본 시설기술인이 아니라고 해도
어릴적 푸세식변소와 똥차와 똥퍼(우리동네선 어릴적 이렇게 불렀다) 를
경험한 세대라면 미간이 찌푸러즈는 장면이 아닐수 없다.
여기에 장면속 상황의 앤디가 되서 다시한번 곰곰히 곱씹어 보자
배관안을 기어가기전 양쪽을 비춰보며 어느 방향일까 생각하고 있는 장면이다.
왼쪽이 나가는 방향인지 오른쪽이 나가는 방향인지 앤디는 모른다.
배관안은 암모니아 가스로 차있다.
후레쉬는 언제 배터리가 방전될지 상황인지도 모르고 방전된다면 암흑천지일것이다.
앤디는 500야드를 기어나갔다라고만 되어있지만
제대로 출구방향이 아닌 역방향으로 갔다면 오물맨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서 나왔어야 됬을것이고,
그 길이가 500야드인지 1000야드인지도 모를 것이다.
한마디로 멘붕이다.
정말 영화속 앤디가 어떻게 기어갈수 있었을까?
저 장면을 보면서 앤디처럼 돌망치로 벽에 구멍을 뚫고 오물배관을 돌로 깨서 탈옥하는 상황이 아니라
쇼생크의 모든 재소자들에게
"이 오물배관을 기어가면 가다가 오물에 숨막혀 죽을수도 있지만 재수좋으면 바깥에 나갈수 있으니 기어나가봐라"
이렇게 말한다 해도 선뜻 기어나가는것을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앤디는 어떤 마음으로 오물배관을 기었을까?
나라면 기어갈수 있을까?
요즘 다들 어렵다 어렵다하는 이때에
'넌 노오오오력이 부족해! 더 노오오오오오력 했어야지 하는 말을 하는
(이런말 하면 노땅소리듣기 쉽다)' 사람들이 있겟냐마는
앤디와 같은 힘든상황(단순비교는 안되겠지만)을 대면하고 있는 요즘에
그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것이 노력이 부족하고 말할수 있겠느냐?
꾸물꾸물 기어가는것이 노력이라면 저 오물배관안에 머리를 집어 넣은 것은 노력이 아니다.
그 시작은
희망과 용기
일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자기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s. 회사를 퇴사하고 작업장으로 얻은 사무실에 나와있는 날이 많다. 혼자 있다보니 예전에 비해 하루 수다 필요소모량이 확 줄었다.
수다가 줄으니 대신 수다떨 블로그 활동을 자주하게 되니 좋은 현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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